‌自決祈願‌

다자아쿠츄야

筆者. 바
‌@B_A_____


  自決祈願
  자결기원‌




  1.
 
  이거 수지맞았군.
 
  그는 영문 모를 소릴 하며 웃었다. 나는 남자의 손목을 고쳐 잡았다. 동이 트고 있다. 차갑게 가라앉은 공기, 술 취한 사람들, 죽은 네온사인. 남자는 스스로를 다자이라고 소개했다. 지금 자기소개가 필요한 상황인가? 그를 끌고 캬바쿠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그가 비틀댈 때마다 코트 주머니에서 익숙한 캬바죠의 명함이 쏟아졌다.
 
  새벽 다섯 시를 넘기면서 손님은 모두 빠졌다. 나는 가게 가장 안쪽 테이블에 다자이를 밀어 넣었다. 어느새 따라붙은 마리가 삐딱하게 팔짱을 끼고서 투덜거렸다.
 
  “저 새끼 상습범이에요. 내가 본 것만 세 번째라니까.”
 
  마리는 새벽동안 다자이의 술시중을 든 캬바죠다. 바에 앉아 수다를 떨던 여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듣자하니 이 일대에서 공짜 술 밝히기로 유명한 모양이었다. 남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소파 등받이에 눌어붙은 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출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건 겨울바람을 몰고 온 츄야, 캬바쿠라의 점장이다. 나를 보고 반갑게 고갤 숙인 츄야가 얼굴을 굳혔다. 그는 단숨에 다자이의 테이블 앞에 섰다. 그리고 경멸스러운 눈으로 다자이를 내려다보았다.
 
  “또 너냐?”
 
  츄야의 팔을 붙잡은 마리가 종알댔다.
 
  “이번에도 화장실 간다면서 튀었어요. 사장님이 잡아주셨으니 망정이지.”
 
  츄야가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놀라 눈만 슬쩍 들었다. 츄야는 입모양으로 말했다. 잘했어요. 귓가가 달아오른다. 츄야는 다시 다자이를 향해 돌아 섰다. 겨우 한숨 돌렸다. 느긋하지만 매서운 목소리가 쏟아졌다.
 
  “또 걸리면 긴자 한복판에 매달아주겠다고 했을 텐데?”
  “웬만하면 높이 걸어주게. 미인들이 전부 나를 돌아보도록.”
  “그 잘난 혀부터 뽑아야겠군.”
 
  다자이가 과장스럽게 혀를 내밀며 웃었다.
 
  “무서운 소리 말게나, 츄야. 조금 서운해지려고 하잖아.”
 
  츄야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주머니를 뒤적인 그가 고개를 갸웃댔다. 라이터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습관적으로 바지 주머니 위를 더듬었다.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라이터는 늘 챙겨 다닌다. 바에 앉아 있던 여자 하나가 재빨리 츄야에게 담뱃불을 붙여주었다. 오늘도 내 라이터는 쓸 일이 없다. 멋쩍어진 손으로 무릎을 만지작댔다. 츄야는 다자이의 얼굴에 대고 담배 연기를 길게 뱉었다.
 
  “술값이나 내놓고 꺼져.”
 
  다자이가 텅 빈 코트 주머니를 들어보였다.
 
  돈 없는데.”
 
  저러다 한 대 맞겠군. 마지못해 일어나 츄야의 어깨를 쥐었다. 츄야는 깊은 한숨을 한 번 쉬고 돌아섰다. 나를 보는 눈이 피곤에 절어 있었다.
 
  “도련님은 신경 안 써도 된다니까.”
 
  다정한 목소리에서 꾸며낸 티가 났다. 츄야가 덧붙였다.
 
  “다 내가 알아서 할게요.”
 
  이름만 사장일 뿐, 나는 이 캬바쿠라가 돌아가는 꼴을 눈곱만큼도 모른다. 상냥한 츄야의 눈에서 적당히 물러나라는 뜻을 읽었다. 순순히 어깨에서 손을 뗐다. 츄야는 턱짓으로 남자들을 불러 다자이를 치우도록 지시했다.
 
  나는 뒷정리 중인 츄야의 등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하루 종일 붙어 지내며 시답잖은 말들로 낄낄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츄야는 그런 일 따윈 없었던 것처럼 군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벌어진 거리. 어색함을 느끼는 건 나뿐이다.
 
  "거기!"
 
  진작 쫓겨난 줄 알았던 다자이였다. 나는 얻어맞은 것처럼 놀라 고개를 들었다. 다자이는 남자들에게 떠밀린 채로 소리쳤다.
 
  “다음에 또 봐!”
 
  캬바죠가 아니었다. 형형한 두 눈이 쫓고 있는 건 나다. 언제부터?
 
  문이 닫혔다. 가게는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여자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퇴근했다. 나는 바에 엎드려 종업원이 마른 비로 바닥을 쓰는 소리를 들었다. 츄야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도련님, 수업은?
  졸려서 안 가.
 
  그대로 잠들었다. 낮은 한숨 소리를 들었다.
 
 
 
 
 
  2.
 
  오챠노미즈 역 앞에서 팔을 붙잡혔다.
 
  “이거 츠바키 사장님 아냐.”
 
  다자이.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한참 고민했다. 기억나는 건 며칠 전의 질긴 눈빛과, 건방진 태도로 츄야와 대거리했던 것. 정오를 갓 넘긴 시간이다. 다자이는 의외로 멀쩡한 꼴을 하고 있었다. 그가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사장님. 이쪽엔 무슨 일로?”
  “수업이 있어서요.”
 
  궁금해서 물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훑어보았다.
 
  “이름이 뭐였지?”
 
  잠자코 대답하려다 말았다. 다자이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전공 책에서 멈췄다. 그가 중얼거렸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뒤늦게 책을 숨겨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내 어깨를 쳤다.
 
  “좋은 이름이네. 아버지가 지어주셨나?”
  “어머니요.”
  “내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줬는데.”
 
  다자이가 얼굴을 들이밀며 재차 물었다. 부럽지? 밑도 끝도 없는 자랑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다자이의 말투는 가벼웠지만 어딘지 모르게 탁한 구석이 있다. 특히 술에 취하지 않은 또렷한 눈……. 마주친 것만으로도 불쾌한 기분이 든다. 나는 성의 없이 고개를 한 번 숙여 보이고 돌아섰다. 그때 그의 여상한 목소리가 내 덜미를 잡았다.
 
  “너. 츄야가 마음에 들었지?”
 
  머릿속 퍼즐이 맞춰지기 전,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무슨 헛소리를…….”
  “들킨 건 내가 처음?”
 
  바싹 다가온 남자의 날숨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뒤로 빼고 인상을 찌푸렸다. 다자이가 빙글거렸다.
 
  “요즘 같은 세상에 호모가 대수라고.”
  “혀 잘리기 싫으면 조심하지 그래요.”
 
  어머. 다자이는 아가씨 같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나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다자이는 지치는 기색도 없이 나를 따라와 집적거렸다.
 
  “귀여운 사장님. 츄야에 대해 더 알고 싶지 않아?”
 
  그의 다리를 걷어차자마자 후회했다. 무시가 답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자이가 울상을 지으며 두 손을 들어 올려 보였다.
 
  “때릴 것까지야.”
 
  츄야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어딘지도 모를 뒷골목에서 굴러온 풋내기가 주워들은 이야기 같은 건 비교도 안 되게.
 
  다자이는 집요하게 나를 따라왔다. 점심은 먹었나? 일정 없으면 밥이라도 한 끼 하지? 일식, 양식, 아니면 스페인 요리? 삶은 문어가 맛있는 집을 안다네. 다자이가 요란하게 떠드는 탓에 시선이 쏠리고 있었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눈에 띄는 건 질색이다. 하는 수 없이 다자이의 코트 소매를 잡아끌었다.
 
 
 
  다자이는 가게 안을 한 번 둘러보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안전주의구나?”
 
  아버지 수하에 있는 술집 중 하나다. 주인도, 고용인들도 모두 내 얼굴을 알고 있다. 다자이가 허튼 짓을 하거든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할 수 있단 뜻이다. 다자이는 내 생각을 모두 꿰뚫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태평하게 주절거렸다.
 
  “입 함부로 놀렸다가는 강 건널 각오 해야겠군.”
 
  잔을 닦던 주인이 다자이를 노려보았다. 나는 손을 들어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다자이는 토마토 주스를 주문했다.
 
  “츄야와는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네.”
 
  들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귀를 기울였다. 아버지 밑에 들어오기 전의 츄야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다자이는 주스를 받아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살벌했지……. 예쁘장하게 생긴 게 사람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건 선수였다고.”
 
  비쩍 말라서는 주먹이며, 발이며 가차 없이 휘두르고 다녔어. 나는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츄야를 상상해보았다. 영 짐작이 되질 않는다. 다자이는 턱을 괸 채 혀로 입가의 주스를 닦았다.
 
  “그나저나 자네도 취향 참 별나군. 왜 하필 츄야를?”
  “헛소리 그만 두라고요.”
  “자네가 츄야 꽁무니만 불쌍하게 쳐다보는데, 그걸 눈치 못 챌 리 없잖아.”
 
  다자이가 소리 나게 혀를 찼다. 나는 창밖을 돌아보았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다. 유쾌하지 않은 대화를 나누기엔 적절하지 않은 시간이다.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던 핸드폰과 책을 갈무리하며 속삭였다.
 
  “입조심해요. 한 번만 더 쓸데없는 말 하고 다니면 가만 안 둬.”
  “싫은데.”
 
  다자이가 은밀한 미소를 지었다. 부정할 수 없이 잘생긴 얼굴. 그러니 잇속 밝은 캬바죠들도 몇 번이나 봐준 것일 테다. 그는 손가락으로 빈 잔을 두드리다가, 말릴 새도 없이 내 핸드폰을 채갔다. 그의 코트 안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심심하면 부르게. 시간이야 차고 넘치니까.”
  “부를 일 없어요.”
  “재미없게 굴지 말고.”
 
  굳은살 하나 없이 매끄러운 손끝이 내 뺨을 스쳤다. 거세게 쳐냈다. 그는 민망한 기색 하나 없이 먼저 일어섰다.
 
  “다음엔 츄야가 얼마나 재미있게 살아왔는지 알려줄게.”
 
  대답할 가치가 없다.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그를 스쳐 술집을 빠져나왔다. 물 때 낀 유리창 안에서 다자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3.
 
  여섯 살. 나는 우리 집 대문 옆에 앉아 발장난을 치고 있었다. 머리 위로 수상한 그림자가 졌다. 고개를 들었다. 모자를 삐딱하게 기울여 쓴 남자다. 역광 때문에 얼굴이 안 보여서 인상을 썼다. 남자가 말했다.
 
  ‘네가 아쿠타가와 님 아들이지?’
 
  나는 주머니 속 핸드폰을 만지작댔다. 여차하면 아버지를 부를 셈이었다. 마침 가로등 불이 들어왔다. 오만하지만 상냥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허리를 숙여 나와 눈을 맞췄다.
 
  ‘그간 너희 아버지께 신세를 많이 졌어.’
 
  위험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뭣도 모르고 남자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온통 굳은살뿐인 손마디.
 
  ‘내 이름은 나카하라 츄야.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야.’
 
  나카하라 츄야. 나는 입 안으로 몇 번인가 그의 이름을 굴렸다. 곧 성은 잊어버렸고, 이름만을 기억하게 되었다. 까마득히 어린 내가 이름을 불러도 츄야는 불쾌한 기색 없이 웃기만 했다.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츄야는 내게 상냥하게 굴어야만 했던 게 맞다.
 
 
 
 
  4.
 
  창턱에 뺨을 고였다.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삼촌들과 내 친구들이 우리 집 대문 앞에 모여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내 무릎이 까졌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를 하다 일어난 사고였다. 나는 엎드린 내 친구들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 중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료다. 눈이 마주쳤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에 둘도 없는 원망이 섞여 있었다. 그제서 깨달았다.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한 건 나뿐이라는 사실을. 아버지와 삼촌들의 관계를 그대로 축소한 것이 나와 그 애들이라는 걸. 애초에 평등할 수가 없는 사이였다. 서글픔도 잠시, 순수한 물음이 떠올랐다.
  삼촌들은 저 애처럼 나를, 내 아버지를 노려볼 수 있을까?
 
 
 
  “도련님. 울어요?”
 
  언젠가부터 츄야는 나를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나는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은 눈을 닦으며 말했다.
 
  “나는 이제 혼자야.”
  “저런.”
 
  수업이 모두 끝난 초등학교 운동장엔 나와 츄야 밖에 없었다. 나는 지난 밤 있었던 일들을 츄야에게 말해주었다. 더 이상 친구들이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는 사실도. 츄야는 투박한 손으로 나를 다독였다. 앞으로 내가 높은 분이 되려면, 수도 없이 힘든 일을 겪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나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박고 중얼거렸다.
 
  “그래도 외로워. 지금은 친구가 갖고 싶어.”
 
  츄야는 내 옆에 나란히 쪼그려 앉았다.
 
  “내가 있잖아요.”
  “츄야는 어른이잖아.”
  “나는 도련님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정말? 나는 코를 훌쩍이며 츄야를 올려다보았다. 똑같이 앉아 있는데도 츄야의 키는 나보다 한 뼘이나 컸다.
 
  “네가 내 친구 해줄 거야?”
 
  츄야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뭐.”
  “친구는 서로 도와주는 거지?”
  “아마도요.”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처음으로 사귄 어른 친구의 귀에 속삭였다.
 
  "료를 혼내줘."
 
  어젯밤 그 애가 나를 노려봤거든. 츄야는 눈을 크게 떴다가, 금세 환하게 웃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는 알겠어요, 하고 손마디를 꺾었다.
 
  그 후로 료의 아버지도, 료도 내 눈에 띄는 일은 없었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큰 소리로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츄야는 새 시계와 모자를 사서 내게 자랑했다.
 
 
 
 
 
  5.
 
  다자이는 질리지도 않고 츠바키를 찾았다. 딱히 마음에 드는 캬바죠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염려 반, 황당함 반으로 가게에 얼굴을 비추게 되었다. 츄야는 내게 쓸데없는 걱정 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다자이는 캬바죠 두 명을 기본으로 끼고 놀았다. 나누는 대화는 주로 신변잡기뿐이었다. 다른 남자들처럼 질척거리거나 애프터를 요구하는 일은 없었다. 캬바죠들은 그를 언제 미워했냐는 것처럼 다자이를 반겼다. 사장 입장에선 나쁠 것 없는 객이었다.
 
  그는 때때로 바에 앉은 나를 뚫어지게 보았다. 두 주 정도 지나자, 나는 그가 내게 말을 걸기 위해 캬바쿠라의 문턱을 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돈이 썩어나나 보네요.”
  “무슨 소리. 귀여운 우리 사장님 얼굴 보러 오는 건데.”
  “적당히 하고 꺼져요.”
  “이래 봬도 손님인데 너무하네.”
 
  틀린 말은 아니다. 옆 테이블의 남자들이 수상쩍은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다자이는 캬바죠를 물렸다. 그리고 나를 잡아끌어 옆자리에 앉혔다.
 
  “온 김에 술친구나 해줘.”
  “츄야에게 맞아 죽고 싶어요?”
 
  다자이가 턱짓으로 츄야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에이. 손님은 안 때릴걸.”
 
  과연 츄야가 다자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쩐지 자리에 남고 싶어졌다. 나는 빈 잔에 샴페인을 따랐다. 다자이가 어라, 간접 키스, 같은 소리를 지껄였지만 무시했다.
 
  “내 번호는 저장했어?”
  “미쳤나.”
  “나는 저장했는데.”
 
  다자이가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아쿠타가와.’
  문득 내 이름 밑으로 늘어진 번호에 눈이 갔다. 하나같이 아버지와 연이 닿아 있는 이름이다. 어째서 다자이가 이 자들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거지? 나는 그의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한 발 늦었다. 잽싸게 핸드폰을 집어넣은 다자이가 잔을 부딪쳐 왔다.
 
  “사장님의 짝사랑을 위하여.”
 
  제발 닥치라고. 나는 츄야의 눈치를 봤다. 츄야는 더 이상 험악해질 수 없는 얼굴로 다자이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저거 질투하는 것 좀 봐.”
 
  다자이가 킥킥대며 내 어깨를 안았다. 윽박지를 의지조차 잃었다. 그는 내 어깨에 뺨을 기댔다. 낯선 체온. 나는 소파에 등을 깊이 묻었다. 츄야의 시선이 느껴졌다. 기묘한 기분이다.
 
 
 
  다자이는 평소보다 일찍 돌아갔다. 문 앞에 서서 다자이를 죽일 것처럼 노려보던 츄야가 나를 불렀다. 나는 고분고분 그의 앞에 섰다.
 
  “도련님. 저 새끼랑 친하게 지내지 마요.”
  “왜?”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어쨌거나.”
 
  그는 늘 그랬듯 다정한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말 잘 듣는 우리 도련님. 내 말 들어요.”
 
  그리고 누구도 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친구잖아요. 친구끼리는 서로 도와줘야지. 나는 한결 부드러워진 그의 손바닥을 느끼며 생각했다.
 
  어쩌지. 이번엔 널 도와주고 싶지 않은데.
 
 
 
 
 
  6.
 
  “잘못 보낸 건 아니고?”
 
  다자이는 내 집 주소가 적힌 문자를 들이밀며 웃었다. 나는 대꾸 없이 맨션 문을 열었다. 다자이는 집안을 둘러보며 거들먹댔다.
 
  “야쿠자 아들쯤 되면 엄청나게 화려한 곳에서 살 줄 알았는데.”
 
  맨션 월세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다자이는 허락도 없이 소파에 누웠다. 나는 그의 옆에 앉아 차를 내밀었다. 그가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뭐가 궁금해서 나를 집까지 들였을까?”
  “츄야가 그쪽이랑 어울리지 말라고 하던데.”
  “걔가 그랬어?”
 
  말없이 생각에 빠져 있던 다자이가 금세 빙글대며 말했다.
 
  “나도 츄야와 같은 생각이라네.”
  “그럼 츠바키 문턱이 닳도록 오는 건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인가?”
  “그러게.”
 
  다자이는 어깨를 한 번 들어 보이고 엉금엉금 기어와 내 무릎에 엎드렸다. 나는 한숨을 쉬고 그의 얼굴을 잡아 돌렸다.
 
  “츄야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쪽은 알 것 아니에요.”
  “응. 잘 알지.”
  “말을 해달라고.”
  “비밀이라 안 돼.”
 
  개 같은 새끼들. 분명 나만 모르는 뭔가가 있다. 머리채를 잡아 던졌다. 다자이가 아야야, 울상을 지었다. 하나도 안 불쌍하다.
 
 
 
 
 
  7.
 
  츄야는 집 앞까지 찾아와 길길이 날뛰었다. 다자이 그 새끼랑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내 말을 안 듣지? 츄야의 흥분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그에게 반기를 들었다. 내가 누구와 뭘 하건 츄야는 상관없잖아. 츄야는 할 말 많은 얼굴로 나를 보다가 입을 다물고 돌아섰다. 나는 이상한 우월감에 휩싸였다.
 
  그가 돌아가자마자 나는 다자이를 불렀다. 다자이는 듣도 보도 못한 탄산음료를 박스 채 사왔다. 나는 하루 종일 이상한 맛의 탄산음료를 마시면서 영화를 봤다. 다자이의 손이 은근슬쩍 내 몸을 더듬었다. 알면서도 묵인했다.
 
  천천히 다가온 다자이가 내 목에 입을 맞췄다. 셔츠를 벗기려는 손을 쳐냈다. 다자이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소리 내 키득거렸다.
 
 
 
 
 
  8.
 
  나는 평소보다 자주 캬바쿠라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드디어 이쪽 일을 할 마음이 들었냐며 즐거워했다. 물론 아니었다. 내 의사가 어떻건 아버지의 최대 관심사는 졸업이다. 졸업과 동시에 내게 일을 물려줄 작정인 것이다.
 
  “츄야.”
  “네.”
 
  더 이상 츄야는 나를 보고 웃지 않는다.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억지로라도 웃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마음 한 켠이 쓰렸다. 이건 다 츄야가 내게 비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다자이는 오늘도 안 왔어?”
 
  츄야가 눈살을 찌푸렸다.
 
  “네.”
 
  다자이는 발길을 끊었다. 캬바쿠라에도, 내 집에도. 몇 번인가 전화를 걸었다. 그는 받지 않았다. 캬바죠 몇을 떠봤지만 여전히 사정을 알 수 없었다. 한량처럼 떠돌아다니다 어디 서 칼이라도 맞은 건 아닌가.
 
  그때 난데없이 다자이의 핸드폰 속 빼곡한 연락처가 떠올랐다. 정재계의 내로라 할 이름들.
 
 
 
 
 
  9.
 
  간만에 만난 아버지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다자이와 어울리고 있다던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왼손 약지에 낀 결혼반지를 천천히 돌렸다. 어머니는 막 자리를 비운 참이다.
 
  “그 녀석 요즘 바쁘다고 들었다. 잘 지내더냐?”
  “그럭저럭요.”
  “이 카부키쵸에선 다자이의 손이 안 닿는 곳이 없어. 알아둬서 나쁠 건 없는 녀석이지.”
  “츄야는 다자이를 좋아하지 않던데요.”
 
  아버지는 큰 소리로 웃었다. 아버지가 츄야를 수족으로 점찍어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쓸데없는 소리를 했나 보군. 신경 쓸 것 없다.”
 
  나는 아버지의 취향대로 화려하게 장식된 꽃병을 더듬었다.
 
  “다자이와는 잘 아는 사이인가요?”
  “그렇지. 그 녀석이 어렸을 때부터 눈여겨봤으니까.”
 
  왜냐고 묻지 않았다. 허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이 몹시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이토록 낯선 아버지를 본 적이 있었던가? 내가 알기로 아버지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둘. 나와 어머니뿐이다.
 
  “아주 똑똑한 녀석이다.”
 
  마침 어머니가 돌아왔다. 아버지는 일어나 어머니를 끌어안았다. 우리는 모두 웃었다. 웃음의 연속이었다. 나는 꽃병의 목을 쥐었다.
 
 
 
 
 
  10.
 
  "츄야."
  "어, 도련님."
 
  츄야는 붉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언제부터 내가 츄야를 내려다보게 되었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어디 갔었지?"
  "술을 좀 샀죠. 마루노우치에서."
 
  츄야의 말투는 평소보다 가벼웠다. 그간 데면데면했던 태도가 온데간데없는 걸 보면 술을 마신 모양이었다. 화가 치밀었다. 요즘의 나는 좀처럼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추궁하듯 물었다.
 
  "거긴 왜?"
  "왜 화를 내요, 우리 도련님……."
 
  츄야는 자연스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살가운 태도에 전의를 상실했다. 머저리처럼 그의 손길을 따라 눈을 감았다. 그는 내 뺨에 차가운 양주병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들어와서 술이나 한 잔 해요. 비싼 거야."
 
  비싼 술은 내 맨션에도 널려 있다. 하지만 그의 호의를 무시할 필요는 없다. 나는 잠자코 츄야를 따라 캬바쿠라 안으로 발을 들였다.
 
 
 
  “다자이랑은 아직도 연락해요?”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연락을 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닿지 않았으므로. 츄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잔이 채워지고 비워지길 반복했다.
 
  “도련님은 그 새끼랑 알고 지내면 안 돼요.”
  “왜.”
 
  츄야는 얼음도 없이 그대로 술을 들이켰다.
 
  “아쿠타가와 님이 아시면.”
  “아버지가 왜.”
 
  츄야가 모자를 벗고 머리를 헝클였다. 심란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
 
  “부탁이니까 제발 그 새끼랑 연 좀 끊어요.”
  “그러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하면 내 말 들어줄 거예요. 응?”
 
  츄야는 흡사 애원이라도 하듯 내 손을 잡았다. 날카로웠던 츄야의 손은 이제 무뎌진 칼이 다 되었다. 나는 남은 손으로 턱을 괸 채 그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말이 많아진 걸 보니 과음한 게 분명했다. 나는 홀린 것처럼 말했다.
 
  "나랑 섹스하면 들어줄게."
  "어떻게 그래요."
  "왜 못해."
  "도련님 정말 나한테 왜 그래……."
 
  츄야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술잔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헤아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잇새로 웃음이 샜다. 그가 느릿느릿 말했다.
 
  "나 도련님 정말 좋아해요."
 
  얼마나 머리를 굴렸을지 뻔히 보인다.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그래도 그런 의미로 좋아하는 건 아냐."
 
  아무리 나라도 도련님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츄야는 이마를 짚은 채 계속해서 주절거렸다.
 
  "도련님이 나를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어요."
  "그런 거 아냐."
  "미안해요."
  "아니라니까."
 
  나는 충동적으로 츄야의 멱살을 쥐었다. 그대로 입을 맞췄다. 긴장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눈을 감은 채 츄야의 어깨를, 목을 차례대로 더듬었다.
 
  "도련님."
 
  손끝으로 느껴지는 츄야의 맥은 더없이 평화로웠다. 체온이 빠르게 식었다. 그 원인이 츄야인지, 나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확인하듯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언젠가는 그토록 만지고 싶었던 몸이었는데.
 
  "도련님, 제발."
 
  그랬었는데.
 
  “이러지 말자.”
 
  눈을 뜨면 츄야의 서글픈 얼굴이 있다. 만들어낸 표정이건, 진짜건 상관없다. 그의 눈에 비친 모습을 본 난 벽에 머리를 박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10.
 
  귀신은 그림자가 없다고들 한다. 다자이는 캬바쿠라 입간판 옆에 귀신처럼 서 있었다. 나는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다자이가 이쪽으로 걸어올 때마다 그가 쥔 꽃다발이 잔소리를 냈다.
 
  "안 그래도 보고 싶었는데 이게 무슨 횡재람."
 
  다자이는 내 앞을 가로막고 서서 무릎을 굽혔다. 그리고 이리저리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피했다. 다자이가 가볍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가 숨을 쉴 때마다 내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
 
  나는 대꾸 없이 발길을 돌렸다. 다자이는 잠시 그대로 멈춰 있더니, 재빠르게 내 등 뒤로 따라 붙었다.
 
  “일 때문에 바빠서 못 들렀던 건데. 삐졌나보네.”
  “그런 것 아니에요.”
  "그래도 선물은 받고 가게."
 
  다자이가 뒤에서 손을 뻗어 내 가슴에 꽃다발을 안겼다. 나는 부스럭대는 꽃다발 포장을 멍하니 내려다 봤다. 그 흔한 안개꽃 하나 없이 오직 붉은 장미, 장미. 나는 꽃다발을 쥐고 몸을 돌렸다. 얼굴과 얼굴이 가까워졌다. 즐거운 낯을 한 다자이가 반걸음 물러섰다. 나는 힘없이 물었다.
 
  "왜 왔어요."
  "꽃 주려고."
  "나한테 꽃을 왜 줘요."
  "심심해서?"
 
  그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주제에 개소리도 정도가 있다. 꽃다발을 쥔 손을 높이 쳐들었다. 이대로 다자이를 칠까, 바닥에 내던질까. 고민하는 사이에 힘이 빠졌다. 술기운 때문이다. 다자이는 억울할 만큼 여유롭게 말했다.
 
  "마침 제철이더라고, 장미가."
 
  나는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다자이의 뻔뻔한 얼굴을 노려보았다. 술 한 잔 더 할래? 뱀처럼 속삭이는 목소리. 오늘은 다들 술을 권하지 못해 안달인 날인가 보다. 나는 패잔병처럼 힘없이 다자이의 뒤를 따랐다.
 
 
 
  카부키쵸 구석의 빌딩 앞에 섰다. 처음 보는 건물이다. 1층엔 편의점, 2층엔 다자이의 이름이 걸린 법률사무소가 있다. 그리고 아무 간판도 붙지 않은 최상층. 다자이의 집일 것이다.
 
  고요한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다자이가 지껄였다. 여긴 밤마다 시끄러워서 견딜 수 없다니까.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다자이 또한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었을 것이므로.
 
 
 
  술이 핑계라는 건 알고 있었다. 다자이는 술 한 잔을 다 마시기도 전에 내 뺨을 쥐었다. 나는 굳은살 하나 없는 그의 손을 따라 순순히 입을 벌렸다.
 
  다자이의 혀는 끝이 갈라져 있을 줄 알았다. 뱀 같은 남자. 다자이는 내 입을 헤쳤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반지를 억지로 끼우듯 기계적으로, 폭력적으로. 장난기 하나 없는 손길이 내 옷을 차례차례 벗겼다. 발끝의 힘을 뺐다.
 
 
 
 
 
  11.
 
  내 어른 친구는 다정하다. 겉모습은 번듯한 사업가. 그러나 말투만큼은 아직도 건달 티가 나지. 간과 쓸개 빼고는 바라는 대로 다 내주는 사람. 물론 나를 좋아해서도, 사랑해서도 아니다. 주인을 위해 목을 닦아 내놓을 수도 있는 게 이 거리의 남자들 아닌가. 알고 있다. 앎이 목을 조이고 있다는 사실도.
 
  그래도 열여덟 생일, 그날 내게 준 수선화는 네 손으로 구한 게 맞지?
 
 
 
 
 
  12.
 
  눈을 떴다. 통유리창 너머는 아직 어둡다. 다자이는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얼굴로 스케줄러를 확인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맨몸을 웅크렸다. 이불을 끌어온 다자이가 내 위에 덮었다.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물었다.
 
  "왜 울지?"
 
  나는 모로 누운 채 무릎 사이로 얼굴을 깊게 파묻었다. 다자이는 스케줄러를 닫고 내 위에 올라와 엎드렸다. 그는 손끝으로 내 고개를 치켜들어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마른 입술이 열리고, 미적지근한 혀가 내 눈가를 쓸었다.
 
  “사장님.”
 
  나는 물 먹은 목소리로 느릿느릿 대꾸했다.
 
  “왜요.”
  “꽃 좋아해?”
  “별로.”
 
  거짓말이다. 츄야가 수선화 다발을 쥐어준 순간부터 나는 꽃을 사랑하게 되었다. 캬바쿠라의 이름이 츠바키椿인 이유 역시……. 다자이는 더없이 여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태어나던 날, 아버지는 내 어머니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고 해.”
 
  알 게 뭐야.
 
  “자네는 무슨 꽃을 받았지?”
  “몰라요.”
 
  다자이는 말없이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덮었다. 뜨거운 손 너머로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감고 그의 손바닥 위에 뺨을 비볐다.
 
  “얼마 전 아버지가 날 불렀어.”
  “그래서요.”
 
  나는 어머니의 생일마다 거대한 꽃다발을 선물하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버지 밑에서 일하라더군.”
 
  내 졸업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버지를.
 
  “곧 그러게 되겠네요.”
 
  다자이는 잠시 숨을 멈췄다가, 내 턱에 입 맞췄다.
 
  “아는 척 하기는.”
 
  나는 잠자코 그의 품에 안겨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로소 내 맨션을 두고 불평하던 다자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새벽 풍경을 볼 수 있는 빌딩이라니.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젊고 유능한 변호사 명의는 아니라는 점이다. 누구의 명의인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0.
 
  우리는 서로의 눈물을 받아먹는 사이가 될 거야.
  당신은 울지 않을 텐데요.
  그러게.